
언론보도
[매일경제]"직접 환자 만나며 줄기세포 치료 신뢰 높이겠다"

[Bio & Tech] "직접 환자 만나며 줄기세포 치료 신뢰 높이겠다"
■ 김현수 파미셀 대표 '줄기세포 2막'
"나는 세계 최초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한 내과의사 김현수입니다." 김현수 파미셀 대표(사진)는 이렇게 '자기소개'를 했다. 내과의사 앞에는 '혈액종양'이라는 단어가 생략되어 있다고 했다.
이 말에는 혈액내과 레지던트도 없던 시절 혈액내과와 종양내과만 돌며 수많은 환자를 만나고, 당시 최고의 실험 시스템을 갖춘 아주대병원에서 치열하게 연구했던 자신감이 담겨 있다. 그는 "골수이식센터에서 보낸 8년은 매일매일이 총력전이었다. 내 '생명의 조각'을 이식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며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줄기세포의 치료적 가치를 확인했고, 더 많은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치료제를 만들자는 목표가 생겼다"고 회고했다.
2002년 함께하던 연구원들과 파미셀을 설립했다. 30대의 젊은 교수 출신 경영자는 자신만만했다. 줄기세포로 웬만한 질병은 다 치료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수백억 원을 들여 의약품을 개발하고, 정식으로 허가받고 상용화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불타는 김현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환자 치료를 위해 물불을 안 가리던 내과의사는 회사를 경영하며 '새가슴 김현수'가 됐다.
불타는 김현수와 새가슴 김현수 사이에서 무수히 줄타기를 한 후에야 2011년 세계 최초로 급성심근경색 줄기세포 치료제 '하티셀그램-AMI'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지만 그는 육상 허들을 예로 들며 규제 완화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육상 110m 허들 경기에 사용되는 장애물의 높이와 너비, 무게는 전 세계가 똑같잖아요. 줄기세포 업계가 선수고 정부가 코치라면, 이걸 바꾸려고 할 게 아니라 잘 넘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합니다. 가뿐하게 넘을 수 있으면 안 돼요. 낭비적 요소 없이, 흔한 말로 '가랑이가 찢어지게' 노력해서 넘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맞습니다. 새 주자가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안 되는 것을 알려주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김 대표는 그동안 줄기세포 치료제가 '과도한 기대'와 '부정적인 선입견' 사이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 간극을 줄이고자 작년 3월 강남구 신사동에 본인 이름을 걸고 줄기세포 전문 클리닉을 열었다. 직접 환자들을 만나고, 치료 결과로 의사들 신뢰를 얻기 위해서였다.
줄기세포 치료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디까지 진행 중인지, 이 치료제를 개발하고 병원을 운영한다는 의사가 어떤 사람인지 알리려고 '김현수의 줄기세포병원입니다'라는 책도 이달 출간했다.
깐깐하고 엄격한 의사의 모범을 보여준 아버지와 실력을 키우라고 독려하고 채찍질한 스승들,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의기투합했던 동료들 이야기, 환자를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기록과 의사이자 기업가로서의 철학 등을 담았다. 줄기세포 치료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치료 기전과 우리 몸속 줄기세포의 원리를 설명하는 등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과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었던 골수이식이 보험 적용으로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리고 있잖아요. 줄기세포 치료제도 아직은 고가라서 치료에 신중할 수밖에 없지만 비슷한 길을 갈 것으로 봅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정식으로 허가받은 의약품인 만큼 의사 판단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맞다고 보고요. 기업인 입장에서는 임상을 계속해서 적응증을 늘리고 보험급여를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는 또 "더 세분화되고 정밀한 데이터로 의사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개발된 치료제의 적응증을 확대해 발기부전과 중증하지허혈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회사 설립 10여 년 만에 미뤄뒀던 '첫 번째 꿈'에 다시 도전한다. 수지상세포를 활용해 항암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수지상세포란 우리 몸속에 바이러스나 종양 같은 비정상적인 세포가 생겼을 때 이를 인식하고 면역세포인 T-세포에 공격을 요청하는 역할을 해 '면역 사령관'으로 불린다.
그는 "2000년부터 선도적으로 수지상세포를 연구하고 치료에 적용했지만 제조 과정이 어렵고 허가받기 힘들다고 판단해 상업화를 유보했다"며 "그사이 이현아 박사가 불안정 요소를 하나씩 걷어내고 새로운 대량 배양법을 개발하는 등 연구를 발전시켰다. 현재 사람 간암세포와 쥐 폐암, 전립선암 모델 시험으로 평가 중인데 곧 임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은퇴할 즈음에 자기소개를 하면 '세계적인 줄기세포 치료제기업 파미셀을 성공시킨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파미셀 사업 분야가 바이오제약, 바이오화학, 병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김성래 대표가 꼼꼼하게 경영을 잘하고 있어서요. 향후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된다면 저는 병원을 키워 세계적인 줄기세포 치료 허브로 키우는 것이 꿈입니다."